한국 고미술사

넷플릭스 《스위트홈》 괴물 디자인과 조선시대 벽화 속 도깨비 표현 비교 – 괴이함을 그리는 법

shimmerlog 2025. 7. 8. 18:34

한국 고미술 중 하나인 조선시대 벽화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괴이한 형상’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도깨비는 무서우면서도 해학적인 존재로 표현되어, 당시 사람들의 두려움과 위트, 믿음을 동시에 담아낸 상징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현대 한국형 크리처 호러물로, 사람의 욕망이 괴물화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괴물 디자인은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형태의 기괴함,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 상징성 있는 외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놀랍게도 조선시대 벽화 속 도깨비와 스위트홈 괴물들은 각각의 시대 속 공포를 담아내는 시각 언어로서 구조적 유사성을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선 벽화 속 도깨비의 형상성과 《스위트홈》 괴물 디자인을 비교해 보며, 공포가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되어왔는지를 전통과 현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시대 벽화 속 도깨비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조선시대 도깨비는 지금처럼 ‘웃긴’ 이미지로만 표현되지는 않았습니다.
무덤 벽화나 민화, 의식용 두화(頭畫) 등에서는 도깨비가 무섭고 기괴한 형상으로 등장합니다. 도깨비 형상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크게 튀어나온 눈, 불규칙한 이빨, 삐죽 솟은 뿔
  • 뒤틀린 팔다리, 과장된 손가락과 발톱
  • 짐승과 인간이 섞인 듯한 형상
  • 종종 무기를 들고 있으며, 공포의 수호자 또는 재앙의 상징 역할 수행

이러한 형상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병, 죽음, 죄의식, 외부의 위협을 눈에 보이도록 시각화한 결과물입니다.

즉, 도깨비는 공포를 그림으로 표현한 하나의 방식이었습니다.

 

한국 고미술사 도깨비 스위트홈

 

《스위트홈》의 괴물 디자인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스위트홈》은 인간의 ‘욕망’이 괴물화되는 세계관을 가진 작품입니다. 각 괴물은 특정 인물의 감정이나 욕망을 시각화한 결과로, 외형이 다르고 형태도 매우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근육 괴물: 힘을 상징하며, 인간의 자존심이 극대화된 형태
  • 혀 괴물: 공격성과 탐욕을 표현하는 혀 중심의 비정상적 외형
  • 눈 괴물: 다중 감시와 불안의 상징으로, 눈이 온몸에 분포
  • 입 괴물: 대화를 가장한 위협, 타인의 입장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이 괴물들은 실제보다 더 크게, 더 비틀려 보이는 형태로 그려지며, 사람이 가진 감정의 왜곡이 물리적 형상으로 나타난 존재들입니다.

 

비정상적 신체의 강조 – 눈, 입, 팔다리

조선시대 도깨비와 《스위트홈》 괴물 디자인의 가장 큰 공통점은 신체 부위의 비정상적 강조입니다.

  • 도깨비: 크고 튀어나온 눈, 뿔, 과장된 치아
  • 스위트홈 괴물: 과도하게 커진 입, 터질 듯한 팔, 비대한 근육, 무수히 많은 눈

이러한 과장은 단지 시각적 기괴함 때문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상징하는 부위를 비정상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공포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조선 벽화에서 도깨비의 치아가 크고 무섭게 그려진 것은 ‘죽음’과 ‘파괴’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고, 스위트홈의 괴물이 입을 크게 벌리고 공격하는 장면 역시 ‘의사소통의 단절’과 ‘폭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인간과 짐승 사이의 경계 – 혼종적 형상

두 표현 모두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인간과 짐승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 혼종의 형상입니다. 조선 도깨비는 인간의 눈과 코를 가지면서도 짐승의 발톱, 짐승의 이빨을 지녔고, 스위트홈의 괴물도 대부분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되 변형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반쯤 무너진 얼굴, 울퉁불퉁한 피부
  • 팔다리는 인간의 구조지만 길이나 비율이 왜곡
  • 눈과 입의 위치가 비틀려 있음

이런 형상은 인간 내부의 괴물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자, ‘이것은 인간이지만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라는 경계의 불안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입니다.

 

공포의 상징성 – 단순한 괴물이 아닌 이야기의 언어

조선시대 도깨비 벽화는 의식의 일부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무덤 안에 그려진 도깨비는 죽음을 지키거나 악귀를 몰아내는 수호자의 역할을 하며, 사람들이 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그림으로 정리’하는 기능을 했습니다. 스위트홈 괴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괴물은 단순히 공격하는 적이 아니라, 그 인물이 감추고 있던 내면의 욕망, 상처, 트라우마의 시각화입니다. 이런 점에서 두 콘텐츠는 다음과 같이 닮았습니다:

요소 조선시대 도깨비 스위트홈 괴물
목적 공포 상징 + 악귀 퇴치 욕망 상징 + 내면 폭로
외형 혼종 + 과장 변형 + 상징 구조
기능 정서 해소, 의례적 위로 서사 전개, 감정 구조화

 

 

마무리하며-

조선시대 벽화 속 도깨비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말할 수 없던 두려움을 시각화한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스위트홈》의 괴물 역시 내면의 혼란, 고통, 욕망을 형상으로 말하는 현대적 도깨비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은 지나간 것이 아닙니다. 공포를 다루는 방식, 괴이한 형상을 구성하는 조형 원리, 인간을 비틀어 표현하는 미감은 지금도 콘텐츠 속에서 새롭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형상을 보고 놀라면서도, 동시에 ‘익숙하다’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것은 전통이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