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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구 조각의 문양 – 서랍 하나에도 상징이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전통 가구는 단순한 수납장이 아닙니다. 조선시대 고가구에는 문을 열고 닫는 기능 외에도, 나무 표면에 새겨진 정교한 문양이 삶의 가치와 철학을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장롱, 반닫이, 책장 같은 가구의 문짝과 서랍 손잡이에는 복(福), 수(壽), 모란, 학, 박쥐 같은 상징이 새겨졌고, 이는 단지 장식이 아닌 ‘삶의 기원’을 담은 시각적 기호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선 후기부터 이어진 전통 가구 조각 문양의 조형미와 상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한국 고미술사의 감성을 살펴보겠습니다. 기능을 넘어선 조형 – 생활 속 미술로서의 고가구조선시대 가구는 매우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생활 공간이 크지 않고 좌식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구는 낮고 넓은 형태를 가지고..

한국 고미술사 2025.07.13

민간 제례에서 쓰인 고미술 – 고사그림과 벽걸이

조선시대의 미술은 궁궐이나 절에서만 꽃피운 것이 아닙니다. 민간에서도 제례와 일상행사 속에 다양한 형태의 고미술이 자연스럽게 사용되었습니다. 제사상 뒤에 걸린 고사그림, 선조의 영정 대신 쓰인 벽걸이 형식의 신위화(神位畵) 등은 모두 실용성과 상징성을 겸비한 생활 속 미술이었습니다. 이들은 전문 화가가 아닌 민간 장인이 그린 경우가 많았지만, 오히려 그 안에 더 생생한 감정과 전통 미감이 스며들어 있었죠. 이번 글에서는 한국 고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않았던 민간 제례 미술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생활 속 조형의 의미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제사와 미술이 만난 자리 – 고사그림의 기원과 쓰임고사그림(告祀圖)은 말 그대로 ‘신에게 고하고 제사를 올리는’ 자리에서 쓰이는 그림입니다. 제사상 뒤..

한국 고미술사 2025.07.13

불화 속 악귀 표현 방식 – 공포를 조형한 상상력

전통 불화(佛畫)에는 극락의 부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통과 죽음을 상징하는 지옥도, 감로도 속에는 온갖 모습의 악귀와 귀신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단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죄와 업보,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비유한 형상으로 기능했죠. 특히 조선시대 불화에 나타난 악귀의 표현은 상상력과 조형미, 상징성이 결합된 고유한 시각 예술이자, 한국 고미술사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통 불화에 나타난 악귀 도상의 구성 방식과 그 안에 담긴 상징, 그리고 그것이 공포를 어떻게 시각화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악귀는 왜 불화에 등장했을까? – 윤회의 질서를 시각화한 존재불화 속 악귀는 단순한 '괴물'이나 '유령'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인간의 잘못된 마음, 탐욕, 분노,..

한국 고미술사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