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합천의 해인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닙니다. 이곳은 조선 장인들의 손끝에서 비롯된 세계적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소이며, 그 보관 공간인 장경판전은 한국 고미술사에서 조형과 기능이 완벽하게 결합된 대표적인 건축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장경판전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조선 목재 조형의 기술과 철학을 살펴보고, 나무에 새긴 지식이 어떻게 조형미로 확장되었는지를 탐구해 보겠습니다. 고요한 구조 속에 감추어진 정교한 기술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사유는 전통 조형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장경판전, 조형의 균형 속에 살아 있는 공간해인사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장경판전은 조선 시대의 과학과 감각이 만난 집약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저 오래된 건축물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나무로 구성된..